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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인간 본성에 대한 안내서 남들의 추한 행동과 가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나 자신에 관련해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무엇이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그놈이 나쁜 놈이라서 그래 완전 사이코패스야"라고 위안하고 나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해선 내가 뭐에 씌었지 제정신이 아니었어라는 말로 위로해 봤자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도 없다. 왜 사람들은 갑자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며 그릇된 자신감에 차서 본인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고 생각할까, 나는 왜 내가 경멸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집단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며 나의 본모습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의도치 않게 남들을 배척하는 걸까 그런 행동들을 유발하는 뿌리를 안다면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파괴적인 인간들이 멋대로 행동하고도 요리조리 빠져나가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며 나도 모르는 내 안에 낯선 존재가 꾸며대는 편견과 변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절대적인 권력을 얻는 방법에 관한 독보적인 작가로 인정받는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은 평범하고 이상하고 파괴적이고 별의별 모습을 다 가진 사람들의 행동을 해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암호책이다.

     

    인간은 어떤 본성으로 행동하는가

    총 1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마다 인간 본성의 한 측면 내지는 한 가지 법칙을 다룬다. 각 장에는 해당 법칙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해당 법칙에 영향을 받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제시된다.


    각 장의 끝에는 인간이 가진 이 원초적 힘을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소개된 18가지 인간 본성의 법칙은 지난 100년 간 축적된 방대한 심리학 자료와 인간 본성의 여러 측면을 새롭게 조명했던 철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유익한 안내서이자 인문학 교양서로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이 알차고 깊다.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 - 사람들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이성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인간은 끊임없이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은 계속해서 인간의 생각을 물들인다. 감정은 내 기분이 좋아지거나 내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틀게 만든다. 그래서 생각할 때 느낌이나 기분이 전혀 개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성적인 사람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자기 성찰 및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는 감정을 제어하며 사고할 수 있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파급 효과나 결과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행동으로 돌진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감정과 이성을 말과 기수에 비유했다. 감정이라는 말은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힘을 갖고 있지만 기수가 없으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테네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페리클래스는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방어적 국지전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쟁 상황이 불리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전염병에 걸려 죽게 된다. 아테네 인들은 그의 전략이 형편없었다고 성토했다. 아테네는 페리클래스의 무리한 원정대 파견과 같은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결국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저자는 이 일화를 통해 페리클래스로 표상되는 기수와 아테네인 이라는 말, 즉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설명한다. 이성은 감정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이며 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인간의 위대한 잠재력이다.

     

    자기 훼방의 법칙 -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방식 즉 주위 사람들의 행동과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을 태도라고 한다. 태도는 우리 삶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결정하는 세계관이다. 기본적인 태도가 두려움인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인 것을 본다.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을 막아선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환경을 만들어내서 직장생활과 연애를 망친다. 나중에 유명 작가가 된 안톤 체호프는 어린 시절 매일 아버지로부터 매질을 당할까 두려움에 휩싸여 아침을 맞았다고 한다. 체호프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도 사회생활을 통해 실망하고 모욕당하는 일들이 계속된다. 종종 내가 하찮은 존재이고 인생에서 좋은 것들을 얻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한다. 우리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삶에 관해 부정적이고 두려움에 찬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 태도는 내가 내 발로 걸어 들어간 감옥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체호프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소설 속 캐릭터처럼 아버지의 삶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버지는 압재자라기보다는 무력한 희생양에 가까웠다는 것을 이해했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서 벗어났다. 이로부터 그는 세상을 다르게 보기로 했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 유명 작가가 되었다. 저자는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마음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기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인용해 자기 훼방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삶의 위대함이라고 강조한다.


    과대망상의 법칙 -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나의 선량함 위대함 똑똑함에 대한 평가가 현실과 너무 괴리되면 과대망상이 된다. 비판을 당했을 때 과도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모든 형태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대 망상의 신호다. 월트 디즈가 사망한 이래 퇴락의 길을 걷던 디즈니사에 부임한 아이즈너는 저비용과 명확한 콘셉트라는 기준에 따라 17개의 영화를 제작해 15개를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몇 번의 큰 성공으로 자신이 손대는 모든 일은 최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과신이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신화를 믿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최대의 실수는 라이언킹의 성공을 끌어낸 카젠버그를 시기해 해고한 것이었다.  이후 abc 인수,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진주만 제작 등 최악의 선택이 이어졌고 그의 제국은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아이즈너의 실패는 모든 성공은 자신의 능력 덕이며 자신은 늘 최상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과대망상적 본성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과대망상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자신이 훌륭하다는 감정은 오직 일이나 업적 사회에 대한 기여와 관련해서만 느끼도록 해야 한다. 


    동조의 법칙 - 우리 성격의 여러 측면 중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면이 있다. 바로 사회적 인격이다. 집단 속에서 활동할 때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집단 환경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남이 하는 말과 행동을 흉내 낸다. 남들이 믿는 것을 믿고 감정도 달라진다. 비이성적인 행동도 더 쉽게 한다. 문화혁명은 마오쩌둥이 인간의 본성 자체를 바꾸려고 시도한 사건이다. 요약하자면 문화혁명이란 흰 도화지에 새롭고 대담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룩을 지우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마오저둥의 전략에는 치명적인 흠결이 있었다. 집단 형태로 활동할 때 사람들은 정교한 사고나 깊은 분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마오쩌둥은 중국 시민들이 단합하길 바랐지만 결과는 구질서 아래에 있던 때보다 훨씬 더 게을러졌고 원망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남과 함께 있으면 저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집단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기 생각과 신념을 교리에 맞추기 시작한다. 무의식적으로 집단 구성원의 외모와 생각을 흉내 낸다. 그래서 더 수동적이거나 더 공격적이게 된다. 이러한 집단의 경향이 마오쩌둥의 실험을 실패하게 만든 요인이다. 집단의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는 유일한 해결책은 집단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되는지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각을 키우는 것뿐이다.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읽고나서

    인간 본성의 법칙에 소개된 18가지 인간 본성의 법칙은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 역할 놀이의 법칙, 강박적 행동의 법칙, 선망의 법칙, 근시안의 법칙, 방어적 태도의 법칙, 자기 훼방의 법칙, 억압의 법칙, 시기심의 법칙, 과대망상의 법칙, 고정관념의 법칙, 목표 상실의 법칙, 동조의 법칙, 변덕의 법칙, 공격성의 법칙, 세대 근시안의 법칙, 죽음 부정의 법칙, 젠더 고정관념의 법칙 등이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각각의 법칙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통해 심오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품은 교훈을 제공한다. 이 책의 가치는 남들이 아무리 나에게 최악의 것들을 던지더라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더 이성적이고 나 자신을 자각하며 생산적인 한 인간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과 사람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안톤 체호프의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18가지 법칙을 전부 외우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다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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