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클루지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잘 잊어버리고 잘 실수하고 잘 속아 넘어가는 걸까요.인간이 보이는 비합리성을 클루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비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것을 알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선할 여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클루지의 사전적 정의는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클루지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남은 궤적이자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와 행동의 클루지를 알기 전에 우리의 신체에서 보이는 클루지를 얘기하면 척추가 있습니다. 우리의 척추는 직립 보행에 결코 적절하지 않지만 이런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네발 짐승의 척추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폰을 새 폰으로 교체하듯이 우리의 진화도 완전히 새 것을 갈아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진화는 이전에 있는 것을 기초로 그 위에 쌓아 올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그 수정 작업인 자연 선택 또한 항상 완벽하지도 않습니다. 신체에서 보이는 클루지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리와 행동에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흔적인 클루지가 남아 있습니다.
심리와 행동에 남아있는 클루지
우리의 심리와 행동에서 드러나는 클루지에는 기억 신념 선택 언어 쾌락 그리고 정신질환 장애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기억력이 나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기억은 허술하고 뒤죽박죽입니다. 컴퓨터처럼 체계적인 지도에 저장되지 않고 맥락으로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핸드폰을 어디에 뒀는지 잘 잊어버리기도 하고 같은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도 합니다. 물 속에서 외운 단어는 물 속에서 더 잘 떠올린다는 등의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동물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불완전한 기억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믿음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믿음은 전혀 상관없는 것들에 좌우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외모가 훌륭한 사람을 보면 성격도 좋을 것이라 판단하기 쉽고 한 가지 부정적인 면을 발견하면 나머지도 부정적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최근 데이트를 몇 번 했는지의 질문을 들은 다음에 자신이 행복한지 질문을 들은 사람들이 그 반대의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대답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의 논리적인 사고가 반사적인 동물의 뇌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은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의사결정
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선택은 합리성과 거리가 멀 때가 많습니다. 1만 원짜리를 살 때 5천 원을 할인받기 위해 먼 거리를 간 사람이 100만 원짜리를 살 때에는 5천 원을 할인받기 위해 굳이 먼 거리를 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중인데도 달콤한 간식에 손을 대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와 기분이 나쁠 때의 선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 또한 생존을 위해 빨리빨리 본능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동물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클루지들을 극복할 수 있는 13가지 방법을 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그 방법들의 핵심은 자신의 기억과 신념 선택 언어 그리고 쾌락이 정말 합리적인지 늘 의심하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정말 위대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짐승에 불과했던 인간이 이토록 진화를 해온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클루지의 존재가 인간이 특별하다는 증거이자 훈장 같이 느껴집니다. 이제는 우리의 진화를 자연 선택에만 맡길 게 아니라 클루지를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